예전에 읽었던 로맨스소설의 대사를 최근 들어 촉촉해진 감수성으로 읊은 뒤, 에슐라는 창가에서 몸을 돌렸다. 사랑은 사랑이고 지금은 일을 해야 했다. 공과 사를 구분할 줄 아는 유능한 시녀 에슐라가 막 몇 발자국을 옮겼을 때였다.“ 안녕, 귀여운 소녀?”기다렸다는 듯 누군가가 쏜살같이 나타나 에슐라의 앞을 가로막았다. 덕분에 발을 멈춘 에슐라가 그 자리에서 눈을 동그랗게 떴다. 가면을 쓴 낯선 인물은 어쩐지 장미 한 송이를 물려줘야만 할 것 같은 느끼한 자세로 벽에 반쯤 기대고는, 이쪽을 향해 찡긋 윙크를 날렸다.“ 고민이 있어 보이는데?”“ 아가씨, 뭐하세요?”“ 앗.”정체는 빠르게 밝혀졌다. 가면으로 얼굴을 가리고는 있었지만 드러난 나머지에서 느껴지는 개성이 워낙 강렬한 탓에 모를 수가 없었던 것이다. 아쉬운 듯 입맛을 다신 라테가 가면을 벗었다.“ 어떻게 알았어?”“ 모르는 편이 더 이상하지 않을까요?”“ 눈썰미가 남다르구나.”“ …….”어떻게 생각해도 몰라보는 쪽이 문제가 있는 것 같았지만, 에슐라는 본심을 피력하는 대신 다른 질문을 꺼냈다.“ 절 찾아오신 거예요?”“ 에슐라. 어제까지의 난 너의 아가씨였을지 몰라도, 오늘의 나는 그렇지 않단다.”“ 네?”“ 눈따따 연애조작단의 핵심멤버, 괴도 러브라고 불러주겠니?”